경찰도 군인도 변절... 마약과의 전쟁 실패한 이유 벌거벗은세계사 나프타 마약카르텔 멕시코 콜롬비아 이준목 기자
세계 최강대국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게는, 한편으로 '최대 마약 소비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도 달려 있다. 그리고 미국의 이웃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은 대표적인 '최대 마약 생산국'으로 꼽힌다. 마약은 오늘날까지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모두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5월 31일 방송된 tvN 에서는 오늘날 미국을 잠식한 마약 문제와, 중남미에 득세한 마약 카르텔들은 어떻게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를 그 역사를 조명했다. 라틴아메리카 현대사 전문가인 박구병 아주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를 제외하고 미국인 사망원인 1위로 집계된 것이 약물중독이었다. 지난해 약물과다 사용으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는 10만 명으로 교통사고나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훌쩍 넘어선 수치였다.
19세기 후반 일자리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곳곳으로 이주한 중국인 노동자들에 의하여 전파된 양귀비와 마리화나가 멕시코 곳곳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또한 멕시코의 마약은 당시 느슨하게 국경을 접하고 있던 미국으로까지 흘러들어갔다. 1970년대부터 멕시코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국제 마약 밀매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유행하던 히피 문화-베트남 전쟁 참전군인들을 중심으로 마약 중독 현상이 심화되며 심각한 사회적-국가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1971년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 닉슨은 이미 1969년부터 멕시코의 국경을 봉쇄하고 멕시코인들의 이주를 제한하는 강경책을 추진했고, 1973년에는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DEA 마약단속국을 창설한다. DEA는 1976~1977년에는 멕시코군과 공조한 콘도르 작전을 통하여 마약 재배지를 소탕하는 데 큰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메데인 카르텔이 마약 생산과 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연간 40억 달러에 이르렀고, 에스코바르는 마약 밀매로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인물로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가 1989년 발표한 세계 부호 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브스는 1993년에는 에스코바르의 재산을 90억 달러으로 추산했다.에스코바르가 남긴 'Plata or plomo'이라는 표현은 그의 일처리 방식을 상징한다. 은은 돈, 납은 총을 의미한다. 뇌물을 받고 눈감아줄 것인지, 아니면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뜻하는 말로 에스코바르가 실제로 누군가를 협박할 때 자주 썼던 말이라고. 에스코바라는 '시카리오'로 불리우는 청부살인업자들을 다수 고용했는데 한 시카리오는 인터뷰에서"직접 죽인 사람만 250명, 살인을 도운 것은 3000명 정도"라고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또한 멕시코 경찰은 연방경찰의 1/10에 해당하는 3200명이 부패혐의로 해고되고 465명이 임무수행 소홀로 면직되는 등, 마약 카르텔을 상대할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냈다.마약과의 전쟁이 실패한 또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생상된 마약의 최대 소비국으로서 사실상 마약 전쟁의 원인 제공자였다. 미국의 12살 이상 국민의 8.7%가 한 번 이상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보유한 강력한 무장력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입된 무기들 덕분이었다.2011년 6월에 보도된 '불쌍한 낡은 멕시코'라는 만평에서는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마약을 사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총기를 수출하며 멕시코의 폭력사태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중적 면모를 비판하고 있다.
2022년 1월 한 달 동안에만 멕시코 마약 카르텔 연관 범죄로 614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멕시코에서 마약 범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1980~1990년대부터 유행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여파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치안 예산이 감소하며 공공 치안이 약화된 것도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사설 경호업체가 경찰의 역할을 대신하여 '공공 안전의 외주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지금도 마약, 그리고 거대한 범죄 카르텔과의 전쟁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고통받고있는 멕시코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국민의 삶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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