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입장'과 동시에 풍금 소리가 울렸다. 하얀 면사포를 쓴 천사 같은 조정숙이 예식장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만 열아홉 살 신부는 기쁜 마음보다는 쑥스러움이 앞서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청원군 강내면 다락교회에 꽉 들어찬 하객들이 전부 자신을 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락교회(1912년 10월 10일~)가 만들...
"신부 입장"과 동시에 풍금 소리가 울렸다. 하얀 면사포를 쓴 천사 같은 조정숙이 예식장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만 열아홉 살 신부는 기쁜 마음보다는 쑥스러움이 앞서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청원군 강내면 다락교회에 꽉 들어찬 하객들이 전부 자신을 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는 신랑·신부 가족들이 앉는 곳이여"라며 뒷줄로 쫓겨났다. 꼬맹이들은 깨금발을 하고 천사 같은 신부와 멋진 신랑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담임목사의 주례사와 축하 노래 등이 이어졌고,"신랑·신부 행진" 소리에 꼬맹이들이 주먹에 움켜쥔 꽃가루를 날렸다.정진동과 조정숙이 다락리 주민들의 축하 세례를 받은 때는 전쟁의 참화가 가시기 직전인 1954년 10월이었다. 신랑신부의 첫날 밤은 세인들의 관심거리였다. 볼거리, 오락거리가 없고, 라디오도 전무 했던 시절 신랑신부의 첫날 밤 구경은 최고의 흥밋거리였다. '그때 어머니한테 자세히 들을 걸' 하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렇게 또 몇 시간을 보냈다. 정진동은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여보"라며 시작한 그의 말은 사랑의 속삭임도 아니고 기도도 아니었다. 그의 말은 긴 설교였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신랑의 모습이다. 첫날밤 아내를 상대로 긴 설교를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정진동이 언제부터 민중 선교의 사상이 형성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대한신학교 1학년 때인 1954년도에 결혼하면서 이미 자신의 가치관·신앙관이 명확히 형성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너무나 훌륭한 신랑감이 있습니다"라며 다락리 조춘흥 집 사립문을 들어선 이는 같은 마을 이관옥이었다. 그는 다락교회 집사이면서 늦깎이로 청주 성경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누군데?"라고 묻는 조춘흥의 말에 이관옥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뗐다."우리야 뭘 아나? 이 집사가 추천하면 어련히 훌륭한 신랑감 이려구." 남편의 대꾸에 아내 박금순도 속으로 맞장구를 쳤다. 신학교를 나오면 후에 목사가 되는 것인데, 그녀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윗감이었다.
선을 본 것이 약혼 아닌 약혼식이 돼버렸다. 1954년 봄에 결혼 승낙을 받은 정진동은 여름 내내 다락리를 찾았다. 물론 당시에 서울에서 신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주말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한 달에 두 번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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