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왕실과 민간 즐겼던 풍류 가득한 난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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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실과 민간 즐겼던 풍류 가득한 난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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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과 민간에서 겨울을 맞아 즐겼던 풍류 가득한 난로회의 모습. 난로회는 화로 위 솥뚜껑이나 번철에 고기를 구워 먹는 전통이며, 겨울 소고기의 맛을 놓쳐서는 안 됐다.

풍류가 있는 제철 음식 〈끝〉 소고기 는 늘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오래전 서울 음식 조사를 다닐 때 서울 반가 음식 철학을 들려준 분의 육성이 잊히지 않는다. “여름철의 소는 풀만 뜯어 먹어 마르고 맛이 없어서 어른들께는 올리지 않고, 가을 이후부터 여물 먹여 맛있을 때 올린다”고 했다. 요즘은 사료로 키워 크게 의미가 없다 해도 소고기 는 역시 겨울이 가장 맛있다. 설설 끓는 설렁탕도, 숯불을 활활 피워 구워 먹는 불고기도 겨울이 단연 최고다. “매일 소 500~1000마리 도살” 기록 벙거지를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그릇 가장자리에 고기를 올려 구워먹는 19세기 풍속화 ‘야연’. 19세기 중엽 세시풍속에 관해 기록한 『동국세시기』에 ‘난로회’라는 말이 나온다. 더울 난(暖), 화로 로(盧), 모일 회(會). 난로회는 겨울이 시작되는 음력 10월 초하룻날 화로에 숯을 피우고 둘러앉아 기름장·달걀·파·마늘·산초가루로 양념한 소고기 를 석쇠에 구워 먹는 한양의 풍속이다.

왕실이나 사대부들의 기록에 난로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왕실과 민간에서 그리고 서민들도 가끔이나마 소고기구이를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로회 때 주로 먹었던 육류는 소고기였다. 당시 소는 식재료인 동시에 농사지을 때 꼭 필요한 노동력이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소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우금령까지 시행했지만 소고기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날마다 소 500마리를 도살하고 있다” 썼고, 『승정원일기』에서는 그 두 배인 “도성의 시전에서 각 고을의 시장, 거리의 가게까지 모두 합해 하루에 죽이는 것이 1000마리로 내려가지 않는다”라는 기록도 보인다. 정조는 난로회를 열어 종종 신하들과 같이 시를 지으며 연회를 즐겼다. 정조의 시문집 『홍재전서』에는 1781년 정조가 신하들과 함께 매화나무 아래에서 난로회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매(梅)자를 뽑아 칠언절구를 짓게 한 시가 남아 있다. 정조는 수고한 신하들을 치하하는 의미에서도 난로회를 자주 열었다. 『일성록』(1782년 10월 3일)을 보면 정조가 신하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정기 시험인 과시에서 시의 제목을 난로회로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소고기에 온갖 채소와 버섯을 넣고 끓이는 전골 요리. 연회와 시를 짓는 것이 왕실 난로회에서 중요했다면, 민간의 난로회는 고기를 굽는 게 중요했다. 연암 박지원은 『만휴당기』에서 난로회를 ‘난회(煖會)’라고 하면서 ‘철립위(鐵笠圍)’라 부른다고도 했다. 철립위는 쇠로 만든 갓처럼 생긴 도구로 뒤집어 불판 위에 올리고 그 테두리에 고기를 굽는다. 박지원은 ‘난로회를 하면 방안이 연기로 후끈하고 파·마늘·고기누린내 등이 몸에 배었다’고 불평했으니 지금의 고깃집 풍경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약용은 “관서 땅 시월이면 눈이 한 자 넘게 쌓이리니 겹겹 휘장 부드러운 담요에 손님을 잡아두고는 삿갓 모양 뜨거운 솥뚜껑에 벌건 노루고기 구워 나뭇가지 꺾어서 냉면에 퍼런 배추절임 먹겠지”라며 초겨울 노루고기 구워먹는 풍경을 시조로 남겼다. 또 문인 김종수는 “화로에 둘러앉아 연한 고기 굽고, 시골 맛으로 채소까지 더하였네. 그저 매일 술이나 마시게 하면 늘 가난하여도 내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시를 남겼으니 18세기 무렵 화로에 솥뚜껑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난로회가 꽤 인기였던 모양이다. 난로회에선 화로에 솥뚜껑이나 번철을 올려놓고 고기를 굽기도 했지만, 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여 먹는 전골 형태 방식도 보인다. 19세기 화가로 알려진 성협의 풍속화첩에 실린 ‘야연’의 풍경이 그렇다. 그림 속 화로 위에는 벙거짓골이 올려 있다. 벙거짓골은 모양이 마치 벙거지를 엎어 놓은 것과 같이 생긴 일종의 전골냄비다. 가장자리에 고기를 구우면 안쪽의 움푹한 부분으로 국물이 흘러들어 채소를 익혀 먹을 수 있다. 이는 ‘전립투’라고도 불렸는데 ‘전립’은 조선시대 무관이 쓰던 벙거지 형태의 모자를 뜻한다. 궁중에선 구자탕(신선로)을 ‘맛이 좋은 탕’이라는 뜻으로 기쁠 열(悅)자를 써 ‘열구자탕’이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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