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과 물가가 나란히 오른 한국·일본은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졌고, 반도체 호황에도 물가가 안정된 대만은 금리를 묶어둘 명분이 여전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동시에 올렸다. 특히 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로 전월 2.6%에서 오름폭이 커졌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월대비 0.5% 상승하였고 전년동월대비 3.1% 상승하여 전월 2.6%보다 0.5%p 상승하였다고 밝혔다.
뉴스1 중동전쟁 3개월, 국제유가는 똑같이 올랐지만 청구서는 다르게 날아들었다. 성장률과 물가가 나란히 오른 한국·일본은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졌고, 반도체 호황에도 물가가 안정된 대만은 금리를 묶어둘 명분이 여전했다. 한국은 ‘성장의 역설’에 빠졌다. 바닥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지만 반도체 호황을 타고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날아오르고 있는 탓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석 달 전 전망했던 1.7%에서 무려 0.9%포인트 올려 잡았다.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내린 것과 반대로,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크게 개선됐다. 보통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성장도 꺾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와 정보기술 수출이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동시에 올렸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한은이 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은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유로존과 유사하다”면서도 “중요한 차이는 한국의 성장세가 매우 강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6%, 국내총소득이 12.3% 증가했다. OECD 역시 올해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10.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로 전월 2.6%에서 오름폭이 커졌다. 근원물가는 2.5%, 생활물가는 3.3%로 올랐다.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 역시 유가 충격에도 수출과 기업활동이 성장 둔화를 막으면서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정부 연료보조금에 눌려 4월 전년 대비 1.4% 상승에 그쳤지만, 생산자물가는 4.9%로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수입물가도 엔화 기준 전년 대비 17.5% 뛰었다. 1분기 GDP도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사쿠라이 마코토 전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현재 경제 여건에서도 6월에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로스타트 등 각국 통계당국에 따르면 유로존 역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1월 1.7% 이후 4개월째 올랐다. 미국은 4월 이미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였다.
반면 같은 반도체 수출국인 대만의 4월 물가는 1.7%에 그쳤다. 대만은 한국처럼 반도체 호황을 누리면서도 다른 청구서를 받았다. 대만 통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은 9.64%로 16년 만의 최고로 높아졌고, 1분기 성장률은 14.55%로 48년 만의 최대 폭이었다. 하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은 1.93%로 중앙은행의 2% 기준을 밑돌아 기준금리는 2.00%로 동결됐다.
대만달러의 안정적 흐름과 정부의 에너지 가격 관리가 유가 충격의 물가 전이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케빈 왕 마스터링크 투자자문 애널리스트는 “대만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고금리인 미국은 금리를 내릴 명분이 사라지는 쪽이다. BNK투자증권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컨센서스가 한 달 새 1.8%에서 2.1%로, 물가 전망도 3.6%에서 3.9%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쟁 전 연내 4회로 기대됐던 인하는 1회로 줄었다. 유럽은 물가만 보면 유럽중앙은행 인상론을 키우지만, 성장률 전망은 0.9%에 그친다.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비용 상승이 실제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될지는 총수요에 달려 있다”며 “유로존 경제가 약화하고 있어 가격 전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성장 덕분에 위기는 견디지만, 오히려 성장 때문에 고금리의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8월 3.5%를 정점으로 하반기에도 3% 내외의 높은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는 인상 횟수보다 높은 금리의 지속 기간”이라고 짚었다. 김원·남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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