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을 살아도 기억하는 과거는 다르다 사는_이야기 노은주 기자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보면 싱아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시골에서 이사를 온 작가가 서울 아이들이 아카시아꽃을 포도송이처럼 들고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다가 비릿하고 들척지근한 맛에 헛구역질을 느끼며 시골에서 먹었던 싱아를 떠올리는 장면에서다.
그런데 며칠 전 수업을 하다 이때 내가 느꼈던 기분을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걸 확인했다. 아이들에게 수수를 설명할 때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어린 시절에는 연한 수숫대를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수숫대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겠다는 듯 멀뚱거렸다. "이야기는 알겠는데 수숫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어요."수수의 줄기가 옥수수와 닮았다고 해도 고개를 저었다. 급기야 검색을 해서 이미지를 확인시켜 줘도 '아~' 하는 반응은 없었다. 도통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싱아를 짐작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옥수수니, 수수니 하는 곡식의 열매와 그 몸체를 연결 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과거를 이야기할 때면 과거가 나를 오래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과 종종 마주한다. 나의 과거가 현재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동그마니 나동그라진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한참 수박을 먹을 때면 떠오르는 원두막의 추억은 고이 접어 머릿속 한 귀퉁이에 넣어두곤 한다. 그것 역시 아이들에겐 교과서 속에서나 한 자리 차지할 만한 옛날의 이야기일 테니. 이제 수숫대를 잘근잘근 씹어대던 일이나, 어둠의 장막을 뚫고 시원하게 풍겨운 참외의 달큰함은 어쩌다 꺼내 먹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다른 추억거리를 꺼내 먹을 때는 잊고 지내기도 하면서. 하지만 과거는 언제나 아련함으로 미소를 데리고 온다. 점점 높게 쌓여가는 과거의 탑이 공든 탑으로 무너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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