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하시동·안인 해안사구가 위기에 처했다. 2008년 환경부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됐지만, 정작 입구는 철문으로 막혀 있고 안내 인력도 없다. 사구 내부엔 거대한 옹벽과 인공구조물이 자연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2022년만 해도 식생이 해변까지 이어졌으나 2년 만에 바다에 잠겨 사라졌다. 여기에 강릉시가 추진 중...
강릉의 바다는 늘 움직인다. 바람은 모래를 옮기고, 파도는 밀려왔다 물러나며 해안의 형태를 다시 쓴다. 그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해안사구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산과 바다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경계'다.
그 통합의 시선을 품고 모인 이들이 바로 '산바다연구회'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산과 바다가 품은 자리를 찾아 탐방하며 그 연결의 의미를 몸으로 확인한다. 4월 마지막 주말 오후, 이들과 함께 동행 취재에 나섰다. 아픔을 겪고있는, 하시동·안인 해안사구 이번 탐방의 목적지인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동해안에서도 드물게 남아 있는 사구 지형으로, 2008년 12월 환경부에 의해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낸 귀중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위기의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이곳은 갯메꽃과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꿩과 노루가 오가던 풍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는 일부 식생과 함께 멧토끼, 쇠재비갈매기 등이 서식하며 그 생태의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관찰해온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이 사구는 다양한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탐방의 시작은 막힌 길이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철문이 해안사구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공사 안내나 출입 관련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 진입로를 찾지 못한 참가자들은 도로 옆 좁은 틈을 통해 사구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허락받지 않은 공간에 몰래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호'라는 명분이 '차단'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한 참가자는 자연탐방로가 막혀 있어 마치 불법으로 해안사구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안내 인력도 없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모래를 붙잡는 작은 생명들 AD 길가에 좁게 난 통로를 따라 사구 초입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람에 몸을 낮춘 채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었다. 갯방풍과 갯메꽃, 통보리사초 같은 염생식물들은 모래 위에 뿌리를 내리며 사구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지만, 이 식생대는 사구를 유지하는 핵심 구조다. 오랜 기간 이 지역을 관찰해온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이곳은 다양한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구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옹벽과 인공 구조물들이 시야를 가로막으며, 모래의 흐름에 따라 형성돼야 할 지형이 곳곳에서 단절돼 있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할 자연의 흐름도 이 벽에 의해 물리적으로 끊긴 상태였다.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해안사구는 태풍이나 높은 파랑이 밀려올 때 내륙을 보호하는 자연 방벽"이라며,"이처럼 섬세한 균형은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 이규송 교수 역시"사구식물은 모래를 붙잡아 해안 침식을 막는 핵심 요소"라며,"이 식생이 사라지면 사구 자체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 드러낸 변화와 위기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2023년 2월 7일 보도"강릉 하시동·안인해안사구 해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였다. 기사는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를 사례로, 사구가 사라지는 원인과 그로 인한 생태계 붕괴 문제를 짚어냈다. 보도 이후 이곳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변화와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현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장을 찾은 참가자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황보덕씨는" 기사로 접하기 전까지 이런 해안사구가 있는 줄 몰랐다"며"온전한 생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이렇게 소중한 공간이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모르고 지나왔다"며"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보전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이 지역 환경을 연구하고있는 고다해씨의 기억은 더욱 절박했다.
"2022년만 해도 사구식물이 해변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식생과 도로, 소나무까지 바다에 잠겨 사라졌다"는 그의 말은 짧은 시간 사이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릉시는 해안사구 앞을 따라 해안관광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공 구조물로 인해 사구의 흐름이 훼손된 상황에서 추가 개발은 생태계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탐방 참가자는"이런 도로는 오히려 자연을 훼손해 관광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송 교수는"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의 해안사구는 매우 중요한 자연 자산이기 때문에 보존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강원의 핵심 자산인 산과 바다를 함께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희 교수는 서해안과 제주도가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지방조례를 제정해 관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강릉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안인화력발전소 해상공사로 이미 일부 해안사구가 훼손된 상황에서, 추가로 해안도로까지 건설하려는 계획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시동·안인 해안사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사라지면서 동시에 다시 만들어지는 경계 위의 공간이다. 그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개발의 속도를 좇을 것인지, 자연의 흐름을 존중할 것인지.
바람은 여전히 모래를 옮기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바다연구회에도 실립니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단독]검찰, 김학의 ‘공소시효 남은 뇌물’ 꼬리 잡았다검찰 수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 이 단서에 드러난 범죄 혐의는 공소시효 범위에 들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Read more »
이건희 차명계좌 427개 더 나와···과징금 12억여원금융위는 “427개 계좌 중 법제처 해석에 따라 금융실명법상 과징금 부과대상인, 1993년 8월12일 이전 개설계좌는 총 4개 증권사의 9개 계좌”라고 설명했다.
Read more »
2022 vs 2008: 두 번의 올림픽과 두 개의 중국 - BBC News 코리아베이징올림픽: 2022 vs 2008: 두 번의 올림픽과 두 개의 중국 2022년은 분위기와 주최국 정부의 태도 그리고 전 세계의 기대치 등 모든 것이 2008년과 크게 다르다
Read more »
뉴욕증시, 2008년 이후 최악 마감…S&P 19%↓·나스닥 33%↓(종합) | 연합뉴스(뉴욕·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강건택 정윤섭 특파원=2022년 미국 뉴욕증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Read more »
국민은 가난해지고 정부는 부자됐다'2022년 국민대차대조표'...가계 순자산 2008년 통계 이래 첫 감소, 정부는 증가
Read more »
'세계 8~17세 1560만명 일생 중 위암…76%는 헬리코박터 탓'연구진은 각국이 위암 예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헬리코박터 검진·치료가 가장 경제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들 사정은 어떤가 '우리 연구가 대상으로 한 출생 코호트(2008~2017년 출생자)의 위암 발생 예상 건수를 2022년 발생 추정치와 비교해 보면, 최고 6배 이상 늘어나는 나라도 있다.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한국의 40~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했을 때, 위암 발생률이 낮아지는지 확인하는 장기 임상역학 연구다.
Read mor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