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바로여기 3] 전주를 더 아름답게 하는 곳, '청년식탁 사잇길'
인공지능이며 증강현실이며 블록체인과 로봇까지, 온갖 새로운 것들이 밀어닥치는 시대다. 새로운 것들의 범람 가운데서 모든 게 수치며 이윤으로 계량되는 세상, 물결 랑에 흩어질 만을 붙여 흩어지는 물결에서도 낭만적 아름다움을 찾던 지난 시대의 미덕을 더는 주변에서 찾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수시로 고개를 치켜든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식으로 표현한다면, 세상의 어느 좋은 것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단 걸 어떤 이들은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좋은 것을 그저 누릴 뿐 아니라, 기르고 퍼뜨리려 애쓴다. 모르긴 몰라도 청년식탁 사잇길에 여러 사람들의 '하트'가 흐르는 것이 그래서이고, 내가 굳이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그래서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매년 5월 즈음, 영화제를 위해 찾는 전주다. 벌써 10년이 넘은 방문이지만 올해는 꽤나 특별했던 것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난 10여 년간 영화의 거리 인근과 숙소주변만을 오가면서도 내가 전주를 다녀왔다고 말한 것이 얼마나 비좁은 생각인지를 비로소 알았다.
일정이 빡빡하여 아침 댓바람부터 찾은 길이다. 식당은 전북대 맞은 편, 어느 상가건물 이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갈한 찬 몇 가지에 밥과 국, 그리고 직접 해먹는 계란후라이까지가 아침에 준비된 메뉴였다. 원한다면 토스트에 치즈를 넣어 먹을 수도 있는 것이고. 이 식사가 고작 2000원, 보다 본격적인 메뉴는 3000원에 판매되는 점심과 저녁의 김치찌개라고 했다. 건더기가 많이 든 국과 찬을 먹는 것으로도 꽤나 간편하고 즐거운 식사가 되었는데 이토록 저렴하기까지 하다니.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꼭 20년 전, 내가 갓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었을 때 이야기다. 용돈 한 푼도 받지 않고 대학교를 다녀야 했던 내 주머니 사정은 온갖 아르바이트에도 여유로울 때가 없었다. 책값이며 이런저런 모임 회비, 교통비까지를 내고 나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고작 몇 천원에 불과했다. 그러니 식사는 언제나 가장 싼 것이 되고 말았다.
청년식탁 사잇길은 지난해 3월 전북대 신정문 맞은편 건물에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천주교 전주교구가 이 시대 어려운 청년들을 보듬는 마음으로 시작해 2년 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통상 청년이라 하면 푸르고 열정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 그러나 그 상이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단 걸 이들은 알았던 것이다. 오늘의 고난 또한 내일의 자산이 되리라고 청년들의 고통을 당연시하는 태도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이해가 이들에겐 있었다.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던 장발장을 선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 이미 훔쳐간 은식기에 더해 은촛대까지 안겨준 미리엘 주교가 아니었던가. 우리 가운데 못한 처지에 놓인 이의 마음을, 그가 처해 있는 상황과 걸어온 길까지를 이해하고 안쓰러워하는 마음만이 인간을 악으로부터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굳게 믿고 있는 일이다.
천주교 사역담당이던 김회인 신부와 쉼터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는 고씨는"지급된 쿠폰을 받아서 가게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너무나 좋았다"며"공익으로 근무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를 와서 손을 보태야 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곳"이라고 웃어보였다.홀 매니저를 맡고 있는 박우성씨는 청년식탁 사잇길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사회적 활동으로 가치가 크다고 강조한다. 박씨는"천주교 전주교구에서 시작해 종교적 배경이 있고, 신자분들께서 식당 옆에 있는 무료카페에 쓰도록 과일청을 담가주기도 해서 운영이 되고 있다"면서도"종교를 넘어 청년과 지역주민들이 결합하는 비영리 창구로써 쓰임이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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