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마이크-"할 말 있소" 교육 편③]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3주체 생활협약'을 들어보셨나요? 몇몇 혁신학교에서는 교사, 학부모, 학생 이렇게 세 주체가 각자 자신이 지킬 약속을 정한답니다. 이런 약속이 악성민원을 줄이고 학교 안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초등 저학년 교실을 상상해 볼게요. 위험한 다툼이 있어서 교사가 그 상황에 노출된 아이들을 수습해야 할 때, 같은 시각 다른 20여 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공포에 떨기도 하고 교실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죠. 이 경우, 불안한 학부모는 국가라는 허공에 외칠 수도 없고, 교장실과는 연결 자체가 잘 안 되고 고민 상담할 창구도 없어요. 결국 담임교사를 찾고, 담임교사는 이중 삼중의 고충을 겪게 됩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사회성 지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전면 대면 등교 이후에는 위기 학급도 전국적으로 상당히 늘었지만 이에 대한 전면적·총체적 접근은 부재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절실함에 공감해요. 부당하게 아동학대 신고당했을 때 구제책을 마련하고 신고 당한 뒤 과도한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아동학대처벌법 취지와 달리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중 실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약 1.6%에 불과해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거죠. 하지만 학교 안에서 아동학대가 실제로 있을 수 있기에 아동학대 관련 법에서 학교를 원천배제하는 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생회를 예로 들자면 학생회 임원 소수의 생각이 아닌 학급 회의부터 탄탄하게 안건들을 모아가요. 최근에는 퍼실리테이션 방법, 비폭력대화 등 민주적 회의 문화를 배워 적용하고 있죠.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동학년 협의회, 교원학습공동체, 수업연구회 등 교사회도 발달해 있고요. 그 안에서 문제행동을 어떻게 다룰지, 위기 학생을 어떻게 지원할지, 수업 방법 등에 대한 의견도 나눠요.
물론 성숙한 대화가 의도만큼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소통의 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주체별로 민주적 공동체 경험, 토론 역량, 협업 역량이 성장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기반에 두고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가 만나는 것이 3주체 협의회입니다. 3주체 협의회에서는 수업시간 종소리, 교복, 학교 인근 환경문제, 학교 축제, 생활규칙, 상벌점제 등 다양한 안건을 다뤄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민주적 문제해결 역량이 성장하고, 주체 간에 이해를 동반한 신뢰가 형성돼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거죠.""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처음 시도했는데 협약을 맺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신중했고 과정의 정당성과 민주성이 중요했다고 합니다. 과거에 학생규칙은 학생을 관리·통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고 주로 학생을 제외한 상태에서 만들어졌는데요.
비슷한 방식으로 교사회도 학부모회도 각각의 약속을 만드는데, 서로를 어떻게 대할지 태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사례가 많아요. 학부모의 약속에 '아이들을 믿겠다,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겠다'라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은 혁신 중, 고등학교로 확대가 되고 있어요. 핀란드 교육 수장 에르끼 아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협약을 보고 굉장히 인상 깊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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