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소아암 환자 쉼터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집에서 만난 민수의 엄마는 '워낙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했던 아이라 학교 못 가는 걸 가장 아쉬워한다'고 말한다. 중간중간에 ‘미세 잔존암 검사’를 하며 강한 항암제를 써서 치료 효율성을 높이고 기간을 단축하는데, 검사비가 회당 80만~88만원(환자 부담 37만원)이다. 강형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혈액종양) 교수는 '전체 유전체 검사를 통해 위험군을 나눌 수 있고, 미세 잔존암 검사로 항암제를 세게 쓸지 약하게 쓸지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치료 성적이 더 좋아지고 부작용 없는 정밀 의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 민수는 친구들이 그립다고 했다. 애들이 요즘 뭐 하는지 수시로 전화를 하지만, 아픈 뒤 함께 학교도 합기도 도장도 다닐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은 민수는 머리카락을 모두 밀었다. 민수는 뇌종양과 싸우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소아암 환자 쉼터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집에서 만난 민수의 엄마는 “워낙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했던 아이라 학교 못 가는 걸 가장 아쉬워한다”고 말한다. 민수에게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올 3월. 두통·구역질 증상이 생겨 새학기 스트레스인 줄로만 알았는데 잘 낫지 않았다. 집 근처 제주대병원에서 검사했더니 머리에 큰 종양이 보인다며 서울대병원을 권했다. 그 길로 짐을 싸 서울로 왔고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모자는 제주에 가지 못했다. 아빠는 동생과 제주에 살고 있다. 민수 엄마는 “항암 치료를 6차례 했는데 종양 크기가 줄지 않아 수술하기로 했다.
2~3년의 치료 기간에 드는 비용도 소아암 환자 가족에겐 큰 부담이다. 중간중간에 ‘미세 잔존암 검사’를 하며 강한 항암제를 써서 치료 효율성을 높이고 기간을 단축하는데, 검사비가 회당 80만~88만원이다. 딸이 백혈병 치료 중인 김모씨는 지난 3월 전북 전주시에서 올라와 서울대병원 근처에서 기거하며 딸을 치료하며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월세 100만원에 비급여인 약값, 멸균식 먹거리와 소모품 등 생활비로만 200만~300만원을 쓴다. 두 집 살림을 해야해서 더 팍팍하다”고 했다.김씨의 이중고를 그나마 덜어 준 것은 미세 잔존암 검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 비용은 이건희 전 삼성회장 측이 2021년 5월 기부한 3000억원에서 나온다. 의료계에 조용히 스며든 기부금이 소아암과 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