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강남 등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이를 부정선거가 아닌 선거행정 실패로 진단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율 상승을 예상해 투표용지를 과거 60%에서 50% 수준으로 줄였으나 예측이 빗나갔고, 부족 상황 발생 후 신속한 대응도 이뤄지...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는 출구조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 개표 결과가 잇따라 나와 국민적 관심을 모았고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또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발생해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서울 송파·강남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바닥나면서 투표가 지연됐고, 유권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허철훈 사무총장이 공식 사과에 나서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이번 서울 일부 지역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문제가 아니라 선거행정의 실패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선관위 대응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 변명의 여지 없는 행정 실패" - 서울과 수도권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전투표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점차 줄여왔습니다. 예전에는 선거인 수에 맞춰 넉넉하게 인쇄했기 때문에 부족 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대략 선거인 수의 60% 수준으로 본투표용 투표용지를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를 50%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지방선거 특유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한 판단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측이 빗나간 것입니다.
" - 과거 선거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선관위는 지역별 사전투표율과 본투표율, 과거 선거 추세 등을 모두 분석합니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 본투표 참여가 많을 가능성이 있는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선거는 유동성이 있지만 이번 사태는 충분히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이후의 대응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선관위는 원래 훼손이나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예비용지를 준비합니다. 특정 투표소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추가 공급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족 상황을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현장에서 조금 더 신속하게 대응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 의혹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선거행정의 미숙함과 관리상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자체를 곧바로 부정선거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선관위의 관리 부실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의혹과 불신을 불러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의 책임은 가볍지 않습니다.
" -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 밤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 역시 선관위에 오래 있었지만 이런 사례는 처음 봅니다. 어떤 법적 근거와 절차를 통해 결정됐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런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했습니다.
선거관리기관은 공정성뿐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 -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요? 선거를 치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상황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행정적 문제에 가깝습니다. 투표용지 인쇄 물량 산정, 지역별 배분, 긴급 공급 체계 등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는 선관위가 좀 안이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과거 데이터와 지역별 투표 성향이 충분히 축적돼 있었고,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돼 있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 문제가 아니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대응 미흡이 빚어낸 선거행정 실패라고 평가합니다. 선관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투표용지 수급 체계와 비상 대응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투표지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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