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최선은 뭘까
"이 시골의사가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불평등과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에 거창한 만병통치약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의사는 지역 사회를 이해하고 환자를 이해했을 때, 그리고 힘닿는 한 이 둘을 이어주었을 때 찬란한 빛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처방받은 약이 어느새 한 주먹이 된 환자를 흔치 않게 보았다. 간이 나빠지거나 신장이 나빠지고, 신체가 빠르게 기능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의료 이용을 전인적으로 관리해주고, 중복된 약을 제한하고, 생활습관 개선과 건강증진을 돕는 '환자를 잘 알고, 환자도 잘 아는 의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국민이 제안한 대안 또한 인상깊었다. '주치의 등록을 유도' '전담 의료기관 제공과 정부 지원' '건강 증진에서 의사의 역할 강화' '지방 의료 시설에 정부 투자' 등과 같은 주장도 있었고, '건보료 추가 부담', '감기 등 경증질환의 본인부담금 인상', '실손보험의 재평가', '지방병원 연계' 등의 제안도 나왔다. 시민들이 스스로 불편함과 추가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의료 제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영국식 의료체계에 대한 찬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먼저 일러두고 싶다. 되려 주치의제도가 의도한 것에서 멀어지는 영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자조적인 반성에 가깝다. 작가는 한 산골의 이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환자들의 의사에 대한 불신, 무너져가는 일차의료체계, 관료제와 의료계의 부조리, 진료 경험의 파편화, 모자란 예산과 의료자원에 대해서도 짚는다. 지역의료의 개선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이다. 2021년 '영국일반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의료 지속성이 사망률 감소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있다. 같은 의사를 1년 봤을 때보다, 15년 이상 보았을 때 환자의 사망률은 25% 감소한다는 것. 또한 응급의료나 중환자의료에 이르기 전에 미리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상 신호를 앞서 포착하면 진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획일적으로 그런 새로운 도전을 강요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단숨에 지금의 제도를 뒤엎자는 급진적인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지구 건너편의 동화 같지만 동화가 아닌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읽고, 한국 지역의료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인 동시에 긴 세월에 걸쳐 사람들의 사연과 갖은 고생을 목도하고 거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으로 사는 일은 어딘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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