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저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으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어요.'
지난 2월, '아르코온라인극장'에서 상영된 연극 이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상을 받으면서 김풍년 연출가가 무대에서 밝힌 소감이다. 간지럼 태우며 날아오르는 머릿니 '서캐'로 비유하며 세상과 소통한 이유는 '이렇게 작아도 될까' 싶은 질문들로 창작활동을 이어온 그의 다짐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 씨의 서캐처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이 무대 위에서 완성됐다.
이것은 오스트리아에 전쟁하러 온 터키 군인보다 군악대에 시선을 모은 모차르트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 총, 칼보다 음악에 사로잡혀 인류 역사에 남을 곡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연출가의 상황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쉽지 않은 주제를 경쾌하게 표현한 연극의 배경이 궁금했는데, 여기에 몇 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죽음이 저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으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어요. 김창완밴드의 'Forklift'을 들었을 때였어요. 이것이 진짜 레퀴엠이라 느꼈죠. 우리는 죽음을 위대하거나 거창하게 얘기하는데, 김창완 아저씨는 동생의 죽음 앞에 어떤 노래를 불러줘야 할지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는 '죽음'이 위대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낡고 젖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믿는다. 그것은 오히려"잘 표현했다. 이렇게 가벼워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장송곡과 레퀴엠으로 뭔가가 더 부가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잘 알았지. 그런 생각은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이후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그는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여느 연극처럼 서서히 타오르는 듯한 전개 구조를 가지지 않고 온갖 요소가 반복하는 연극을. 아마도 연출가만의 특징으로 자리잡은 그것을 '친절하지 않은 서사'라 불렀다. 이야기를 따라가려고 하면 전체를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보는 대로 느끼란다.
그가 자주 듣는 93.1 클래식FM의 정각 시그널이 바로 5초짜리 '터키행진곡' 주제부다. 그걸 듣고 있으면"두 번째 타임을 너에게 주겠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1~2시까지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정각을 알리는 '삐'라는 시그널이 울리면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단다. 마치 '리셋'하라는 느낌이랄까. 모차르트의 론도처럼 끊임없이 변주·변조가 반복되는 연극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처럼 주제에 대한 변주와 변조가 뒤죽박죽인 론도 형식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애벌레를 통해 죽음을 대하는 낯설고 경이로운 풍경을 터키풍으로 풀었다. 끊임없는 변주를 반복하는 스타일이 연극의 곳곳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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