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통촉하시옵소서!' 외치는 무슬림 남자가 해준 음식 신이현 모로코 무슬림 양조장 쿠스쿠스 신이현 기자
그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방에서 나온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부산으로 가서 이틀을 지낸 뒤 일본으로 간다고 한다. 배낭들을 차 안에 밀어 넣고 충주 터미널로 향하는 동안 그의 딸은 창에 코를 박고 밖을 내다본다. 한국 중부 지방의 나지막한 산과 그 아래에 흐르는 강물, 그리고 작은 시골집들."이곳은 좀 평범한 곳이야. 크게 아름다운 곳도, 특별한 것도 없는 조용한 소도시. 그냥 그런 곳." 나의 말에 그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이곳에서 우리는 사람을 만났잖아. 난 여행에서 풍경보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아."모하메드와 미리암, 아버지와 딸이다. 모하메드는 10살 때 부모님을 따라 모로코에서 프랑스로 이민을 와서 모로코 여성과 결혼해서 2녀 1남을 두었고 미리암은 23살 막내딸이다. 아시아가 궁금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아버지가 이런 부탁을 했다.
"우리 말 놓아도 될까?"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며 그가 이렇게 말한다."아, 물론이지!" 그들은 일주일 동안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다음날 삽목 포도나무 심는 일을 하고 점심은 간소하게 스파게티를 먹었다. "있는 향신료들을 다 한번 내놔봐." 야채들을 모두 냄비에 넣은 뒤 그가 말했다. 사놓고 쓰지도 않던 냉동실 향신료들을 모두 꺼내놓으니 그는 뚜껑을 열고 하나하나 코에 대고 향을 맡는다."큐민, 오레가노, 생강가루, 후추, 프로방스 허브, 다 좋아." 입자가 굵은 것들은 돌절구에 넣어 빻는다. 절구 방망이를 손에 잡고 톡톡톡 두드리자 각기 다른 향들이 으깨질 때마다 소리치듯 강한 냄새로 올라오더니 서로 오묘하게 뒤섞인다. 절구에 코를 대고 향을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한국이란 나라의 한 가정집에 와서 어린 시절 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 낯선 삶의 순간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따진이 다 되자 냄비째 식탁으로 가져온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낯선 사람과 냄비를 사이에 두고 밥을 먹기는 쉽지 않은데 자연스럽다. 우리는 따진을 먹으며 쉬지 않고 먹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한다. 한국 음식, 프랑스 음식, 모로코 음식.
다음 날에도 쿠스쿠스 면을 찾지 못해 쇠고기 따진과 닭고기 따진, 두 종류의 음식을 만들었다. 한 가지를 하겠다고 시작하지만 그는 늘 두 가지 이상 음식을 한다. 토마토가 남으면 토마토 계란조림을 하고 레몬이 남으면 레몬 콩피를 쓱쓱 만들어버린다. 그의 손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은 부드럽게 뭉개지고 이상야릇한 냄새로 피어난다. 몸에 심겨진 북아프리카 태양이 손으로 뻗어 나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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