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돌보는 청년, '영 케어러'...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 필요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는 명실상부한 효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최근 '심청이는 효녀다'라는 명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심청이는 효녀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새도 없이 병든 가족을 돌보는 '21세기 심청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해당 실태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영 케어러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하지만 연령에 따른 세부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서, '전체 규모 파악에만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영 케어러는 정상적 생애 과업 수행이 어려워 생애 주기별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개인 생애 주기에 의하면, 20대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사회적 역량개발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청년 지원책이 이를 방증하듯, 사회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고 있다. 그러나 20대를 영 케어러로 살아온 K씨는"자기 계발이 되게 중요한 시기였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며 사회적인 역량을 개발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음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와 달리, 20대 청년이 주 보호자일 경우 감당해야 할 돌봄 시간은 3시간 이상으로 예측된다. 이에 20대 청년들은 진로와 돌봄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진행된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에서 추정한 영 케어러 900명 중 108명이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학업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을 호소하였다. 서울시 청년 활동 지원센터 생활 안정 지원사업 '영 케어러 케어링' 사업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사회가 부여한 '영 케어러'라는 명명은 연구참여자들이 스스로 '영 케어러'라는 자의식을 갖게 하였고,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 해당 정체성을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가 중요한데, 사회적 시선이 본인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영 케어러' 개념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영 케어러 인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서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안다' 14%, '모른다' 86%로 영 케어러 단어 자체를 모르는 이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영 케어러들은 복잡한 지원체계로 돌봄에 난관을 겪기도 한다. 2023년 강남복지재단은 강남구에 거주하는 간병인을 대상으로 돌봄 지원을 실시했다. 간병인의 거주지가 대상의 기준이 되는 것은 비단 강남만이 아니다. 다수의 지원책이 환자가 아닌, 신청자 간병인의 주소지로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영 케어러 지원금이 교육비, 자기 계발비, 문화 여가비 등의 형태로 지급되는 것도 문제이다. K씨는"공연 관람비, 학원 등록비 등을 지원하는 건 실효성이 없어요. 그건 돌봄에서 벗어나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거죠"라며 현 지원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영 케어러 지원 제도는 방문 요양사 등 돌봄 인력 지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가족을 간병하는 자녀를 효녀·효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만연하다. 이러한 시선은 '돌봄은 안타깝지만, 자녀로서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형성하여 영 케어러의 법적 인정과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데 방해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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