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가 유럽에서 공부하던 젊은 시절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큐비즘(입체주의) 그림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여인’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멈추게 되며 따라서 사물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 계단을 ‘펜로즈 계단’이라고 부를까? 이 그림은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수학자 로저 펜로즈가 젊은 시절 고안해내고 에셔에게 보여준 ‘펜로즈 삼각형’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핵폭탄이 터지기 전에 내 방광이 터지겠네”라는 어느 관객의 네이버 한줄 평이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오펜하이머’는 3시간의 긴 러닝타임에 어려운 물리학 용어가 난무하는 영화다. 그럼에도 이번 주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세계적으로는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멈추게 되며 따라서 사물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앞모습을 보다가 뒷모습을 보려면 시간을 들여 뒤로 돌아가는 공간적 이동을 해야 하는 반면에 말이다. 큐비즘 그림은 사물의 앞모습과 옆모습 등 여러 관측 지점에서 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니 시공간의 상대성을 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 실존하지만 볼 수 없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힘든 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오펜하이머의 양자역학과도 연결된다. 원작 그림을 보면, 한 줄의 수도사들은 계단을 올라가고 다른 한 줄은 내려가는 것 같은데, 잘 보면 그들은 사실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고 못하고 끝없이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실 이런 계단은 현실의 3차원 공간에서는 불가능하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 지면에 표현하면서 사물의 비례를 정교하게 비틀어 착시를 일으키는 에셔의 솜씨 덕분에 이 불가능한 세계가 얼핏 현실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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