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기 아직 살아있어요. 후우, 후우, 후우.' 빨래를 널고 걷을 때, 창을 열고 닫을 때, 베란다 청소를 할 때, 사용한 텐트를 정리할 때, 새 욕실 세제를 꺼내러 갈 때, 앞 베란다에 볼일이 있어 나갈 때마다... 그 아이는 얘기한다. 자신이 아직 여기에 있음을. 아직 살아있음을. 거친 숨을 몰아 내쉴지언정 아직 초록...
빨래를 널고 걷을 때, 창을 열고 닫을 때, 베란다 청소를 할 때, 사용한 텐트를 정리할 때, 새 욕실 세제를 꺼내러 갈 때, 앞 베란다에 볼일이 있어 나갈 때마다... 그 아이는 얘기한다. 자신이 아직 여기에 있음을. 아직 살아있음을. 거친 숨을 몰아 내쉴지언정 아직 초록빛을 잃지 않았음을. 토마토 이야기다.다른 친구들의 화분에는 앙증맞은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데, 우리 아이 화분만 잠잠하다고 했다. 씨앗이 상했나 봐, 죽은 씨였나 봐... 속상함을 토로하던 아이를 보며 함께 속상했던 기억이 났다.
아이를 속상하게 한 녀석이니, 내 사랑을 받을 리 만무했다. 여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면 죽은 거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 내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야속했다. 좀 힘을 내 보지, 한 개만이라도 꽃을 피워 보지, 방울토마토 하나쯤은 맺어줄 수 있잖아, 그게 그렇게 힘들었니? 차마 버리지 못했다. 그냥 물을 주었다. '사랑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언제 고꾸라질지 모를 녀석이니,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폭염 속에서 끝내 고개를 떨구겠지. 네까짓 게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무시와 조롱을 마음으로 보냈다.그런데 녀석은 아직도 우리 집 베란다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무더운 나날을 견디는가 싶더니,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꽃도 피우지 못한 주제에, 열매도 맺지 못한 주제에! 최선을 다해 호흡하고,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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