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는 '유인도 1일 생활권화'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r섬 여객선 유인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에 사는 고재우 어촌계장은 지난달 29일 관공서 업무를 보기 위해 여객선을 타고 대천항에 나왔다가 2박 3일 만인 31일에야 섬으로 돌아왔다. 애초 30일 오전 10시 출발하는 여객선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강풍으로 배가 결항하면서 결국 육지에서 이틀을 묵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더 지출한 숙박비와 밥값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었다.고재우 어촌계장이 일을 보는 데 소요된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예전 같으면 오전 9시40분 외연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대천항에 도착, 일을 마치고 오후 2시 출항하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예약만 하면 시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대천항으로 돌아와도 섬으로 돌아가는 여객선을 타기에 시간이 충분했다. 섬 주민들이 하루 만에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일일생활권’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23일부터 외연도 주민들은 이런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여객선을 운영하는 신한해운이 대천~외연도 여객선의 운항 횟수를 하루 2편에서 1편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23일은 기상악화로 모든 배가 결항해 실제로 운항이 줄어든 건 24일부터다. 하루 2편일 때도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결항했는데 1편으로 줄어들면 발이 묶이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됐다.신한해운은 대천항~외연도 노선 운항 감축을 결정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적자를 들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와 유류·인건비 인상, 물가 상승으로 경영이 악화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나마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2편을 운항한다. 적자가 누적되면 11월부터 대천항~외연도 노선 운항을 아예 중단하겠다는 게 신한해운의 방침이다. 결국 섬 주민들은 발이 묶이고 육지와 단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한해운 김미경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와 승객 감소를 여객선사가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그동안 섬 주민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왔지만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경영개선을 위해 사재를 대부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와 충남도·보령시는 지난해까지 두 가지 항목으로 연간 3억원의 예산을 신한해운에 지원했다. 일일생활권 노선을 오가는 항로 지원 명목으로 해양수산부 대산지방해양수산청과 자치단체가 각각 7500만원씩 1억5000만원, 적자 보전 명목으로 해양수산부가 1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두 가지 항목 중 하나만 지원한다’는 해수부 지침에 따라 일일생활권 명목으로 1억5000만원만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 예산 지원은 총 2억25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해수부는 두 항목이 유사하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유인도 일일생활권화" 국정과제…현실은 반대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유인도 일일생활권화’를 포함시켰다. 섬 주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대천항에도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하지만 해수부 지원은 줄었다. 외연도 주민들은 “ 플래카드를 보면 더 화가 난다”고 했다.외연도의 한 주민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롭게 섬을 지키는 주민들이 육지에 나가는데 이렇게 힘들면 어떻게 정부와 자치단체를 믿겠느냐”며 “선사와 정부, 자치단체가 협의해 기존의 운항횟수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 개방 후 청운·효자동 주차대란, 경호처 관리 주차장 '텅텅'청와대 개방 후 청운·효자동 주차대란, 경호처 관리 주차장 '텅텅' 청와대 청운효자동 청와대_개방 주차 이주연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권성동 '광주 쇼핑몰 또 좌초 위험'…강기정 '순항 중인데 찬물'광주 쇼핑몰 사업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r광주 쇼핑몰 권성동 강기정\r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섬에 삽니다, 힌남노가 다가오고 있습니다섬에 삽니다, 힌남노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태풍 힌남노 자연재해 박순우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킹달러’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The 5]올 들어 환율이 약 13% 올랐는데요. 달러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고환율이 개인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정말 세다' 기상청 경고…괴물 태풍 힌남노가 진짜 무서운 이유세력을 급격히 키운 힌남노는 사실상 두 개의 태풍이 합쳐진 것입니다.\r힌남노 태풍 기상청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