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쯤이야' 쌍봉사 거북의 여유…사찰 문화재에 숨겨진 미학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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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쯤이야' 쌍봉사 거북의 여유…사찰 문화재에 숨겨진 미학

개성 넘치는 운주사 석탑·석불…송광사 수장고에 숨겨진 화엄경변상도 이세원 기자=" 무겁지만 '이 정도쯤이야'라고 하면서 부담을 덜어준 것 같아요." 신라하대의 고승인 철감선사 도윤의 탑비인 보물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비'다. 비문을 새긴 비석의 몸체는 없어지고 거북 받침과 머릿돌만 남아 있다. 이세원 기자=13일 전남 화순군 소재 쌍봉사에 있는 보물 철감선사탑비의 거북받침에서 거북이 오른쪽 앞발을 살짝 들고 있다. 같은 날 장흥 보림사에 있는 보조선사탑비의 경우 거북이 좌우 앞발을 다 지면에 붙이고 있어 대비된다. 보림사 보조선사탑비는 거북이 비석을 지고 있지만 쌍봉사 철감선사탑비의 경우 비석이 사라지고 없다.한 발 한 발 내딛는 역동적인 과정을 순간 포착한 것 같은 모습이다.거북은 뒷발을 옆으로 뻗어 힘차게 지면을 박차고 있다. 힘을 쓰느라 그런 것처럼 꼬리는 오른쪽으로 말려 있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이 전국 각지의 성보박물관 학예사 등을 모아 실무 교육의 일환으로 전남 지역의 사찰을 답사하는 현장에서는 평소 알지 못했던 문화재에 얽힌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비석이나 불상 등은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찬찬히 살펴보니 천 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장인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는 단서가 숨겨져 있었다. 휴가철에 들르게 된다면 한 번쯤 눈여겨볼만한 문화유산이다.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불상은 왼쪽 팔에 새겨진 글 등을 통해 제작연대가 상당히 확실하게 파악돼 있다. 858년에 발원해 859년에 완성한 것으로 판단되며 제작 시기가 밝혀진 현존 철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이 불상은 연한 초콜릿 색깔이라서 흔히 보는 금빛 불상에 비하면 수수하게 느껴진다. 현재의 모습을 되찾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사찰에 남은 기록에 의하면 보림사 철불은 1998∼1999년에 표면에 금박을 입히는 개금 작업이 실시돼 철불이지만 한동안 금빛으로 보존됐다.중종 10년에 만들어졌고 이후 두 차례 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윗돌은 2단으로 구성되는데 위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극락조인 가릉빈가의 모습이 개성 있게 새겨져 있다. 기둥을 소반의 다리처럼 곡선으로 표현해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구자 애먹이는 운주사의 기형탑·개성 넘치는 불상중종 25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탑과 석불이 각 1천개씩 있다고 기록됐다. 이 때문에 천불천탑이라고 불린다.석탑에는 ×, ◇, |||와 같은 기하학적인 무늬가 많으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원형 석탑도 있다.널빤지처럼 바위벽에 기대고 있는 불상은 권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크기도 제각각이라서 개성이 넘친다.그래서 미술사 연구하는 이들이 이곳에 있는 탑이나 불상의 양식을 분류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숲속 곳곳에 세워진 석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송광사 화엄경변상도화엄경변상도가 단연 눈길을 끈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문화재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한 보관 방법이다. 작품 윗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도록 그림 테두리 부분에 군데군데 한지를 끼워서 자석으로 프레임에 고정했다.전시실에 있는 모사본을 정면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철제 프레임에 고정된 원본을 측면에서 보니 비단 폭에 채색된 보현보살과 형형색색 등장인물이 더욱 입체감 있게 느껴졌다.김태형 송광사 성보박물관 학예실장은 사람이 사는 건물은"거미줄이라도 한 번 더 걷어낸다"면서 빈집 상태로 놓여 있을 때보다 사용할 때 관리가 잘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평소에도 일반인의 접근이 거의 허락되지 않으며 마침 하안거 기간을 맞이해 스님들이 수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멀리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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