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9년 12월 19일, 구중궁궐의 임금, 중종은 이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개혁 정치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지만, 이제는 척을 진 신하 조광조의 목숨이 다음날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움은 없었다. 증오만 남았을 뿐. 심사는 뒤틀릴 대로 뒤틀렸다. '이앓이(치통)' 고통은 또 왜 이리 심한가? 조광조의 ...
1519년 12월 19일, 구중궁궐의 임금, 중종은 이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개혁 정치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지만, 이제는 척을 진 신하 조광조의 목숨이 다음날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움은 없었다. 증오만 남았을 뿐. 심사는 뒤틀릴 대로 뒤틀렸다. '이앓이' 고통은 또 왜 이리 심한가? 조광조의 죽음에 이앓이까지 더해지면서 중종의 몸은 새우처럼 오그라들었다.다음 날인 12월 20일, 금부도사 유엄이 조광조의 유배지인 전라도 능성현에 사약을 가지고 도착했다."조광조를 사사하라"고 임금이 전교를 내린 것이 12월 16일이었다."오늘 안으로만 죽으면 되지 않겠소? 내가 글을 써서 집에 보내려 하니, 끝나고 나서 죽는 것이 어떻겠소?"필자가 위 시를 처음 접한 건 3년 전 이맘때였다. 당시 용인 광교산 산행을 하고 있었는데, '조광조 선생의 묘 5.
한양조씨 문중 선산 묘역. 조광조는 거기 잠들어 있었다. 묘역 초입에 있는 돌 표지석에 새겨진 '애군여애부'의 시를 보는 순간 조광조에 '빙의'라도 된 듯 몸이 굳어버렸다. 시에선 임금에 대한 원망도, 증오도 없었다. 오로지 충심만 있을 뿐이었다. 조광조가 사약을 받던 날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사약을 들이켰으나 숨이 끊어지지 않자, 몇 차례 더 가져오게 해 마시고 절명했다고 한다. 서른여덟 '미완의 개혁가'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실록은 조광조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조광조의 시신은 학포 양팽손이 거두었다. 양팽손은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여러 차례 조광조의 구명 상소를 올렸다가 삭탈관직당하여 고향 능성으로 내려와 있었다.필자는 올해 2월 25일 조광조 일가의 묘역을 일일이 돌아봤다. 조광조의 증조부 조육, 조부 조충손, 아버지 조원강, 형 조영조, 아들 조용의 묘가 작은 야산에 함께 있다. 5대의 묘가 한 자리에 있으니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햇살까지 골고루 묘역에 내려앉고 있었다.묘역 제일 꼭대기에 있는 조광조의 묘로 향했다. 먼저 그의 무덤 앞에 큰절을 올렸다. 그리곤 무덤의 웃자란 풀을 잠시 정리해 주었다.
"들어보시오. 기자 양반. '개혁이 급진적이었다'는 주장은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우리 신진 세력이 아니라고 봅니다. 남곤, 심정, 홍경주 등 기득권 훈구 세력의 개혁 배척, 그리고 열아홉 나이에 임금 자리에 올라 훈구 세력에 의해 휘둘린 중종의 태생적 한계, 그 2가지가 더 큰 문제가 아니겠소?""선생은 사후에 '조선 사람의 상징'처럼 평가받고 있지요. 선생을 흠모하는 후학들의 대열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문정이란 시호를 받고 문묘에 배향까지 되지 않았습니까."필자가 가끔 찾는 도봉산에는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도봉서원이 있었다. 조광조를 모시고 훗날 송시열이 추가로 모셔졌다. 그 도봉서원 터 건너 계곡에 암각 글씨 하나가 있다. '고산앙지'다.
고산앙지는 에 나오는 말로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라는 뜻이다. 곡운 김수증이 조광조를 존경하여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오가며 그 암각 글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곤 했다."글쎄올시다. 굳이 말하자면 나 스스로 가벼운 영혼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겠소. 관을 운구하는 아랫사람들의 수고로움도 덜어주려고 했던 것 같소."조광조의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는 유배를 살았던 집 주인과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조광조는"내가 너의 집에 묵었으나 보답은 못 하고 도리어 너에게 흉변을 보이고 너의 집을 더럽히니 죽어도 한이 남는다"고 말했다. 집을 온전하게 돌려주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한 것이다. 관노에게조차 말이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소 이야기를 꺼냈다."허허, 그렇게까지. 기자 양반이 이렇게 말을 걸어 날 불러내 주니 거듭 감사할 따름이오. 잘 돌아가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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