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라마 시즌 2
드라마 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뽑으라면 주인공 로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캐릭터가 있다. 바로 시즌 1의 마지막 6화에서야 실체를 드러낸, 계속 존재하는 자가 그러하다. 31세기의 과학자 너새니얼 리처즈의 변종인 그는 다른 변종들과의 전쟁 이후 하나의 시간선을 분리해 내어 그것을 '신성한 시간선'이라 명명하고 관리해왔다. 그 과정에서 작품의 주 무대인 시간 관리국 TVA를 세운 그는 신성한 시간선이 멀티버스에 간섭되지 않도록, 자신의 변종들이 이곳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평화를 위한다는 미명을 내세우며 분기된 가지들을 잘라내고 그 속의 생명들을 무심히 희생시켜왔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빅터는 계속 존재하는 자의 계획에 의해 본래는 접할 수조차 없었을 TVA의 책자를 손에 넣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삶에 작용한 이 작은 변수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과연 그가 알 수나 있었을까. 그는 언젠가 자신이 시간선의 관리자로 성장하여 TVA를 바로 세우리라는 운명의 레일 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려지고 말았다. 즉, 빅터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의 미래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MCU 작품들을 보면 직접적으로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이야기 속에서 마블은 인물들의 자유의지를 다루어 왔다. 정신 조작 마법으로 헥스 속에 사람들을 가두었던 속 스칼렛 위치와 정체성을 깨닫고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화이트 비전은 물론이요, 달의 신 콘슈와 자신의 다른 자아에 의해 신체의 통제권을 쥐었다 뺏겼다 하는 의 마크와, 제4의 벽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선택해낸 속 제니퍼까지. 어쩌면 타인의 신체를 유폐시킨 뒤 그의 모습과 기억으로 삶을 대체하는 의 스크럴 종족 또한 자유의지의 박탈이라는 점에서 위의 사례들과 상통할 수 있으리라.
그것이 신이라 불리는 존재의 절대적 권능에 의해서든, 사고실험 속 라플라스의 악마처럼 과학을 통한 분석에 의해서든,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 앞에서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 반짝이는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우리 모두 팔과 다리에 실이 묶인 채 그저 저들이 흔드는 대로 춤을 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허무하고 우울한 이야기다. 노예제가 남아있던 19세기도, 프로파간다가 판을 치던 20세기도 아닌, 21세기의 자유시민인 내가 이 손 위의 자유를 의심해야 한다니.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뉴진스’ 키워낸 민희진 대표 ‘서울시 문화상’ 받아서울 문화예술 발전 기여한 개인·단체 11개 분야 선정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징계’ 군불 때는 친명계···이 대표 통합 행보와 대비효과 노리나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무 복귀를 앞두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설]유병호 부르는 공수처, ‘전현희 표적 감사’ 전모 규명해야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병호 사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서정일의 보이스 오버] 테스형의 교실 이데아2008년 6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로랑 캉테 감독의 가 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정명석 공범 JMS 2인자 ‘제이 언니’ 징역 7년 선고제이엠에스(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씨 여신도 성폭행 범행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2인자 김아무개(22·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테니스 황제’가 극찬한 국산차…“상상을 현실로 구현했다”기아, EV9 유럽 현지 출시 기념 글로벌 홍보대사 나달에게 제공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