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574]
실제 모습과 대중적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 이가 있다. 특출난 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소위 '원 히트 원더' 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경우, 대중에게 인식된 이미지와 작가의 실제모습이 대중들에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빚어내곤 하는 것이다.한국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와이 슌지도 그런 경우라 하겠다. 한국에선 일본에서보다, 혹은 일본에서와는 좀 다른 이유로 명성이 높은 그다. 한국에서 슌지의 명성은 단 한 작품, 에 빚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멜로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작품은 어찌나 유명했는지 수차례 재개봉은 물론, CF며 여러 콘텐츠에서 오마주 및 패러디될 만큼 관심을 받았다. 하얀 눈 쌓인 설원에서 주인공이 외치는 명대사"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이도 외고 있을 만큼 유명한 문장이 되었다. 영화 촬영지인 홋카이도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이 꾸준히 찾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했다.가 이토록 한국인에게 특별한 감상을 자아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1998년 한국과 일본이 오랜 국교단절을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했다는 점이다. 1995년 작인 이 영화는 일본문화가 개방된 직후 한국에 상영돼 암암리에만 전해지던 일본문화에 대한 갈증을 단박에 풀어주었다. 오랜 갈증 뒤 들이켠 음료수 한 잔의 맛을 잊지 못하듯 그 시절 일본 문화의 인상이 대단한 감상을 남긴 것도 우연은 아닐 테다.
는 그로부터 한 발 나아와 목소리는 잃었어도 노래는 할 수 있는 가수를 등장시켜, 그녀를 어떻게든 돌보려는 이들 가운데 세워둔다. 조력은 무능하긴 해도 시도되며, 그로부터 관객은 키리에의 노래를 듣게 된다. 타고 남은 마음에도 불꽃은 일고, 메마른 눈에도 눈물이 솟는 그런 살아있음을 슌지의 영화가 어떻게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길,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운 이들은 온통 이 영화를 성토하기 바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거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냐거나, 그밖에 극만 보아서는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과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슌지의 영화를 보고 나면 늘상 겪게 되는 것이지만, 나는 이들이 슌지의 영화에 그만큼 익숙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는 전보다 훨씬 나아진 자세로 적어도 세상 앞에 노래하는 인물을 드디어 세워낸 것이다. 자신의 세상으로 숨지 않고, 프로가 되겠다 나아가진 않더라도 무대 위엔 기꺼이 오르는 이, 그 정도만으로도 나는 슌지의 영화를 이제 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한 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폐쇄적이고 물러나 있는 세계를 집요하게 찍어온 감독이다. 정도라면 이와이 슌지라는 감독을 제대로 소개하는 영화로 그래도 추천해볼 수는 있겠다고 나는 그렇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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