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그들은 왜 남태령으로 갔을까
" 스트리밍을 틀어 놓고 잤다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화면을 확인했어요. 화면 속에 계속 똑같은 사람이 더 빨개진 손으로 응원봉을 흔들고 계시더라고요. 그 순간에 진짜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던 거 같아요." "누구 트윗 마냥 제가 뭐 대단한 민주시민이어서 가는 게 아니고요. 말벌 아저씨처럼 몸이 움직이는 거더라구요." , 콜센터 상담원)
계엄 선포에 아비규환이었던 국회를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이른바 '학습 효과'라는 것이 생겼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서 자리를, 사람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주중에는 콜센터 상담 업무로 바빠 대신 주말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정금은 그날도 광화문 집회에 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의 '트윗'을 봤다. "방송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마음 쓰이는 사람들이 보여요. 자꾸 졸거나 힘이 빠지는 게 보이고… 경찰들이 방패를 들었다. 뭐 했다 하는 소리를 들으니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신나게 걱정 없이 노래나 부르면서 걷다가 왔으니까, 저기서는 큰일이 일어났다는 상상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거기 있는 농민들은 연세가 좀 있으시고, 전국에서 조금씩 모인 거고 이런 식이니까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을 한다… 옛날에는 집회하다가 막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백남기 농민도 '농민'이고요. 그래서 그 얘길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나는 게…"
새벽녘, 정금의 맨손에는 뜻밖에 장갑이 끼워졌다. 이미 10시간가량 혹한에 노출된 몸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떨리던 정금을 어느 소녀가 붙들더니 자신의 장갑을 끼워줬다. 이어 어느 여성 농민은 정금을 자신의 차에 태워 히터를 틀어 몸을 녹이게 했다. 강원 강릉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남태령에서 밤을 꼬박 새운 김지우는"400명이 참가하는 단체 카카오톡방이 개설돼 어느 출구에 사람이 부족하고, 물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공유해가며 현장 상황을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정금은"모두가 각자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응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들이 차벽으로 에워싼 곳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희한하게' 집회 현장 만큼은"여자여도 성소수자여도 아무래도 상관 없이 자기 자신 그대로 있어도 안전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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