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때문에 장소 옮겼다'는 정중한 안내, 그만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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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때문에 장소 옮겼다'는 정중한 안내, 그만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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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수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위해 전국의 학교와 공공기관을 찾는 강사다. 휠체어를 타고 강단에 서는 나의 행보는 그 자체로 '문턱 없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마주하는

나는 특수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위해 전국의 학교와 공공기관을 찾는 강사다. 휠체어를 타고 강단에 서는 나의 행보는 그 자체로 '문턱 없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마주하는 것은 정중한 양해와 함께 제시되는 '대체 공간'이다. 연수 장소가 지하에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 건물일 때, 학교 측은 미리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한다.

"강사님, 강당이 지하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요. 이번 연수는 1층 회의실로 옮겨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나를 배려해 미리 동선을 확인하고 장소를 조정해 준 학교의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정중한 안내를 받을 때마다, 나는 우리 교육 현장이 마주한 거대한 법적 빈틈을 목격한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배제' AD 내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강의 장소가 바뀌는 번거로움 때문이 아니다. 1층 회의실로 옮겨가기만 하면 해결되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공간이 사람을 선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료 강사들이 오르는 강당의 단상에 나만 오를 수 없을 때, 다른 학생들은 모두 이용하는 특별실에 장애 학생만 발을 들이지 못할 때, 우리 사회는 이를 '시설의 한계'라 부르며 정중한 '양해'를 구한다. 그러나 그 정중함 뒤에서 장애인은 끊임없이 '예외적인 존재'가 된다.

당연한 권리가 학교의 '선의'에 기댄 '배려'로 둔갑하는 순간, 평등해야 할 교육의 공간은 이미 서열화된 공간으로 변질된다. 이것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이동이자 권리의 위축이다. 법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인권 예외 지대' 우리에게는 BF 인증 제도라는 기준이 있다. 쉽게 말해 문턱의 높이, 화장실 손잡이, 엘리베이터 규격 등을 점검하여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가'를 국가가 공인하는 제도다. 2015년 7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에 따라 모든 신축 공공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소급 적용'의 부재다. 전국의 수많은 학교는 2015년 이전에 지어졌다. 법적으로 이 건물들은 BF 인증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과거의 건축물'이다.

신축 학교가 화려한 편의시설로 인권 친화적임을 뽐내는 사이, 수십 년 된 노후 학교들은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휠체어 이용자에게 지하 강당의 문을 사실상 닫아걸고 있다. 공공기관은 '법적 의무'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공공기관조차 법의 빈틈 뒤로 숨어드는데, '권장 사항'일 뿐인 민간 사적 시설의 현실은 오죽할까. 식당, 카페, 학원 등 수많은 민간 건물은 여전히 높은 문턱을 유지한 채 휠체어를 밀어낸다.

그러나 학교는 달라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법을 준수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보루이며, 아이들이 평등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강사가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강연장이 바뀌고, 학생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실 수업에서 소외되는 풍경은 이미 공공시설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공공기관이라면 제도의 빈틈을 핑계 삼을 것이 아니라, 법이 닿지 않는 곳까지 먼저 살피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허물기 위한 세 가지 제언 건축 연도에 따라 권리의 크기가 달라지는 기이한 풍경을 끝내기 위해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기존 공공 건축물에 대한 BF 인증 소급 적용을 법제화해야 한다. 신축에만 적용되는 기준을 노후 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건물이 낡았다는 사실이 접근권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

둘째, 시설 접근권을 공공기관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인증 의무 여부를 떠나 강당, 멀티미디어실 등 주요 공간의 접근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건축물 생애주기에 맞춘 'BF 보강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예산 문제로 당장 고칠 수 없다면, 적어도 언제까지 어떤 시설을 보강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나중에"라는 막연한 대답은 사실상 거절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중에 해도 되는 인권'은 없다 나는 오늘도"장소를 옮겼다"라는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은 장소를 옮겼다는 양해가 아니라,"이제 우리 학교 모든 곳에 휠체어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선언이다. 법은 사람을 따라가야지, 사람이 법의 낡은 틀에 자신을 구겨 넣어서는 안 된다.

오래된 학교의 지하 계단이 엘리베이터로 바뀌고, '대체 장소'라는 단어가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을 꿈꾼다. 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권리를 구출하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품격을 결정짓는 일이다. 세상에 나중에 해도 되는 인권은 없다. 바로 지금, 우리 학교의 모든 문턱을 '법'의 이름으로 낮추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특수교사이자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서, 건축 연도와 소유 주체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BF 인증 제도의 한계를 알리고 공공기관의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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