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 운전사] 택시를 하면서 알게 되는 사실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저녁 9시 30분. 7시간째 운전을 하고 있었다. 10시간 하루 노동 시간 중 2/3를 넘겼다.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을 이를 악물고 견디면 졸음이 멈추는 것처럼 몸의 고단함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서울 교외에 손님을 내려주고 중심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한참을 달려 교외를 벗어나려는데 다시 교외에서 부르는 배차 콜이 울렸다. 저녁 10시 심야 할증이 시작되기 전에 중심지로 가야 했다. 발목을 잡혔다는 짜증이 솟구치면서 반사적으로 튀어 나온 욕이었다. 욕은 중심지에 도착할 때까지 콜 끄는 걸 잊은 나에게도 향해 있었다. 마음에서야 얼마든지 했었지만 어지간해서 입으로 뱉을 일 없던 욕이었다. 그러던 것이 택시를 하면서 자주 하는 혼잣말이 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내게 욕 먹을 하등의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택시를 부른 게 죄라면 죄였다. 그와 나는 같은 택시를 탔지만 서로의 욕망은 종류가 달랐다.
택시업이 지닌 속성이다. 내 의지가 반영된 건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두 시점 밖에 없다. 시작했다면 끝낼 때까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손님도, 출발지도, 목적지도 내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감정을 쏟지 말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자 마음 먹었다. 그러기를 며칠, 욕은 멈췄다. 세상사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 이런 경우다. 사람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택시는 택시 만의 환경이 있다. 택시 고유의 직업 환경이 있고 택시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있다. 택시운전사는 그 환경에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한다. 욕설에 얽힌 경험이 내겐 직업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었다. 택시를 하기 전에 가장 저어했던 점이 택시 하면 절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현실에서의 시민들은 승차거부와 난폭운전 그리고 불친절과 불필요한 대화를 순위로 올렸지만 나에게는 냄새와 말이었다. 낡은 택시 문을 열었을 때 훅 하고 끼쳐오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나는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그런 날이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될 때도 있다. 경적은 대체로는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에 울리게 되는 자기 날 선 감정의 표현이다. 급박하게 필요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쓸데 없는 감정 낭비다. 다리 건너 고속화 도로를 타기 위해 끝차선에 길게 줄을 서 있는데 텅 빈 옆차선에서 시원하게 달려온 얌체 같은 차가 냉큼 내 앞에 끼어들려 할 때가 종종 있다. 없는 인내심을 꺼내서 거북이 걸음을 참아가고 있는데 억울한 마음에 반사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앞차와의 거리를 바짝 좁혀 양보해 주지 않는다. 그 차는 날쌔게 더 달려가 훨씬 앞에서 끼어들어 유유히 사라진다. 그런데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직전의 적개심은 간데 없이 무력하고 담담하다. 그 차가 내 앞에 끼어드는 거나 저 만치 앞에서 끼어드는 거나 내게 주는 피해는 마찬가지인데 왜 마음이 다를까를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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