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봤다.지옥 말고는 어떤 말로도 지금 상황을 표현할 수 없어요'\r튀르키예 여고생 참상
대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동남부에 살고 있는 요순 아카이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했다. 요순은 7일 오후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초토화된 아디야만의 집을 떠나 6일 저녁 임시대피소로 와 이틀째 밤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의 집이 있던 아디야만은 인구 약 26만의 도시로,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에선 자동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요순은 지진이 일어난 지난 6일 새벽 4시 17분에 깨어 있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영상을 보던 중 벼락처럼 지진이 덮쳤다. 요순은 “강한 진동과 함께 내 눈앞에서 벽에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지지직 크랙이 갔다. 책상과 의자가 밀려 갔고 벽이 무너져내렸다”며 “‘아, 나 오늘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진은 2분간 계속됐다. 요순의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은 “다 지나갈 거야”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2분을 견뎠다. 이윽고 진동은 잦아들었지만, 떠밀려간 책상이 요순의 방문을 막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요순의 어머니가 문 밖에서 오열했다.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책상을 밀어내고 가까스로 밖으로 빠져나왔다.현재 아디야만의 상황은 어떤가.여기에는 이제 도시 같은 건 없다. 건물이 하나도 안 남았다. 마음이 아픈 건 건물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아래에 사람들이 깔려 있다는 거다. 나도 건물 아래 깔린 사람의 손과 짓눌린 한 남자의 머리를 봤다. 정말 도움이 너무 필요하다.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학교는 휴교 상태인가. 정부에서는 2월 13일까지 휴교라고 하지만 내년까지도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도시에는 쓸 수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저녁부터 요순이 생활하고 있는 튀르키예 아디야만의 한 임시 대피소. 원래는 정유 회사 직원들이 사용하던 숙소라고 한다. 500여명의 남녀노소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 요순 아카이 대피소 생활이 고단해 보인다. 임시대피소는 정유회사 원래 정유회사 직원숙소다. 플라스틱으로 지어져 춥지만 붕괴위험은 적다. 이곳에서 이재민 50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음식도 물도 부족하지만 다들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물은 나오지만 비누가 없어서 손 한 번밖에 씻지 못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5번이나 여진이 왔다. 어린 아이들은 대피소가 흔들릴 때마다 울고 어르신들도 불안해한다. 구조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요순의 다섯 가족이 살던 집은 물론 요순의 학교, 부모님이 일하던 학교, 삼촌이 운영하던 밀가루 가게가 모두 사라졌다. 요순은 “앞으로 힘들고 고생이 많겠지만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도움을 부탁드린다. 도와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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