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의 생존을 통해 대비되는 물리적, 정신적 짐을 탐구하는 소설
은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하면 전쟁 중 나를 지킬 최소한의 물품들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갖추어야 할 어떤 것으로까지 확대된다. 어떤 것으로는 양심, 도덕성 등이 떠오르지만 작가 팀 오브라이언 은 그런 미덕조차 한번 더 의심하게 만든다. 고상한 가치 대신, '살아남는 것'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짊어지는 느낌'으로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킨다. 그것이 물리적인 짐이든,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든 간에 무게는 삶의 본질을 닮았다. 책의 시작은 물건들의 지나치리만큼 세세한 묘사이다. 어떤 서사도 없이 다짜고짜 '깡통 따개, 주머니칼, 고체 연료, 손목시계, 모기 퇴치제, 껌' 등을 나열하고 있으면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데 곧 더 무겁고 끈적한 질문들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인간은 무엇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짐의 무게는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저절로 떠오르는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이 책은 단순히 전쟁 소설로 분류되기엔 너무 깊고, 너무 다층적이다. 그래서 아마존 평생의 필독서100에 올랐나보다. 그들이 짊어진 것들: 물건의 무게 소설 초반, 작가 팀 오브라이언은 라벤더 중위와 병사들이 물리적으로 짊어진 물건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총알과 군복의 무게, 여기에 대조되는 가벼운 한 장의 편지 등이다. 라벤더는 사랑했던 여인의 팬티 스타킹을 목에 감고 다닌다. 일상에서는 괴이한 변태처럼 보였겠지만 베트남 전쟁 한가운데에서는 사랑의 무게이면서 동시에 그리움과 현실 도피의 무게이기도 했다. 내게는 올 2월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가 그리움의 무게로 남는다. 아빠의 물건은 거의 다 버렸지만 내게는 특정 숫자로 남았다. 랜선상의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빠 관련 숫자를 넣었다. 아직은 그 숫자들을 무심하게 누르진 못한다. 이승에서 당신을 되뇌이는 파동이 아빠가 있는 세계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무속신앙 같은 마음이기도 하다. 라벤더가 목에 감은 팬티 스타킹의 감각이 내게는 터치패드의 손끝 감각으로 남는다. 물건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다. 우리가 지닌 과거와 상처, 혹은 희망을 상징한다. 병사들은 이곳에서 살아서 돌아가리라는 희망, 아빠가 또다른 세계에서 평온하리라는 희망 그런 거다. 팀 오브라이언은 병사들의 물건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랑이든, 두려움이든, 생존의 도구이든 간에 모두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게: 죄책감과 그리움 진짜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전쟁터에서의 트라우마와 상실감,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은 물건보다 더 무겁게 등장인물들을 짓누른다. 병사들은 물리적으로는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부서져 있었다. 가장 강렬했던 장면 중 하나는 병사들이 죽은 동료의 시신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모습이었다. 비인간적인 장면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이었다. 죽음과 고통에 둔감해지는 것은 그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살아남은 죄책감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그날 바다는 차갑고 무정했지만, 더 큰 무정함은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이었다. 낡아서 운항할 수 없던 배는 무리하게 바다로 나갔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 배는 모두를 삼킬 운명이었고, 누군가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그저 우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남음의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그 배를 직접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저 운 나쁘면 내게도 일어날 일이라는 기억이 맺혔다. 살고 죽는 게 운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세월호에서 생존한 사람과 사회적 아픔으로 같이 슬퍼한 사람은 팀 오브라이언의 병사들이 짊어진 무게와 닮아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피할 수 없는 위험 앞에서 살아남은 자는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 그들은 오늘도 물속에 잠긴 기억의 무게를 짊어지고, 끝없이 가라앉는 꿈을 꾼다. 기억의 무게: 진실과 허구 사이 팀 오브라이언의 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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